'파란'이 던진 닷컴 화두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지금까지 인터넷 비즈니스는, '콘텐츠 = 공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또 이런 인식은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상거래나 게임을 비롯한 일부 문화 콘텐츠를 제외하면 콘텐츠에 대한 가격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뉴스 등 지식 정보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그렇다. 지금까지 스포츠신문이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받은 돈은 월 1천만 원 정도였다. 이는 기자 2~3명의 유지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신문사에 따라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기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알량한 금액이다. 한 발 물러서서, 사용자가 많은 포털을 통해 신문을 홍보하는 측면이 있고, 또 콘텐츠를 팔 포털이 한두 개도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한다 해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또 뉴스를 포털에서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판매부수가 급속히 감소하는 한편 언론사 자체 사이트 방문자도 줄어들고 있어, 그나마 위축된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콘텐츠 제공업체 가운데 그나마 힘이 있다는 언론사가 이런 상황이니 다른 콘텐츠 제공업체의 현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몇몇 온라인 게임, 포털, 상거래 사이트를 빼고 나면 여전히 돈버는 인터넷 기업이 없는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다. 콘텐츠 가치가 인정되지 않고,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마당에, 콘텐츠로 돈을 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신문과 KTH의 포털 사이트인 '파란'의 최근 계약은 이런 구도에 '철퇴'를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월 1천만 원 정도였던 것을 1억 원으로 올렸으니, 상당히 현실화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계약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배타적이지 않았다. 파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만큼 '파란'에 유리한 계약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스포츠신문이 다른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까지 막진 않았다. 납득할 만한 가격만 제시되면 다른 포털에도 뉴스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파란'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또렷한 독점 계약이 아니면서도 10배의 비용을 더 지불한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셈이다. 바로 이러한 배경 상황 때문에, '파란'의 경우, 다소 위험한 발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포털 시장에서 후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돈에 의한 규모의 싸움 전략'을 택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파란' 스스로 뉴스 콘텐츠 가격을 10배나 올린 이번 계약에 대해 "비로소 제 값을 쳐준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동안 포털 비즈니스가 엄청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헐값에 콘텐츠를 확보해 다시 가입자를 늘리는 구조였다면, '파란'은 업계 전반에 '콘텐츠 비용'을 대폭 높여서 이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이러한 '파란'의 전략이, 콘텐츠 업계에는, 콘텐츠 제값 받기가 어느 정도 계속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당장에는 청신호일 것이다. 그러나 포털에게는 진짜 '파란'이다. 자금력이 약한 상당수 포털은 존폐를 가를 부담일 수도 있다. 또 대형 포털이라도 해도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파란'이 이름처럼 닷컴 시장을 뒤흔들 화두를 던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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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7 오전 11:03:46 |